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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러므로

제목

그럼에도, 그러므로

창작의도

언젠가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지구가 멸망하고 화성시가 사막화 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미지를 생성했습니다. 100만 화성시, 100만가지 꿈 이란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다 느낄 수도 있지만 전 아주 먼 미래에도, 고통스러운 상황에도 인간은 걸어나갈 수 있다는 조금 색다른 희망을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화성시가 그러한 강인한 사람들을 품고 키워줄 수 있는 도시가 되길 바라면서 이 공모전에 응모하였습니다.

그림 이야기

한 소녀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그곳은 엄밀히 말하자면, 사막이라기 보다는 과거의 문명이 남긴 부숴진 조각에 가까웠다. 부식된 철골들은 그 흉한 모습을 부끄럽다는 듯이 모래 아래에 감춰두었고 오래된 콘크리트는 마치 모래처럼 부숴져 내렸다. 힘겹게 걸음을 옮기던 소녀는 얼마 뒤, 이제는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어느 건물의 무너진 벽에 기대어 앉았다. 가방에서 물을 꺼낸 소녀는 물이 거의 남지 않았음에 절망하는 대신 그 약간의 물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텅 빈 물병을 햇빛에 비추자 수만갈래로 갈라진 찬란한 빛이 그림자를 찢고 퍼져나갔다. 썩 보기 좋은 장면이었다. 얼마 뒤, 다시 일어난 소녀는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소녀의 모습은 금방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사라졌다. 소녀가 탁 트인 벌판으로 나온 것은 그로부터 몇시간 후였다. 이미 어둑해진 하늘은 소녀의 모습을 가려주었다. 적당한 돌에 작은 몸을 기댄 소녀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수많은 별빛들이 어두운 하늘의 바다를 밝히고 있었다. 이 도시가 과거에 그랬던 것 처럼, 밤을 조용히 몰아내는 별빛들은 빛나는 도시를 연상시켰다. 그리고 별빛들이 소녀에게 속삭여 말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고들 하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러므로 우리는 끝없이 희망에 닿기 위해 노력해야 해." 소녀는 옅은 미소와 함께 별빛들에게 화답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정말로 고통의 연속일 테니까." 어두운 밤, 밝은 하늘 아래에서 오간 비밀스러운 속삭임은 별과 모래와 소녀에 의해 언제까지라도 상기될 것이다. 오늘도 별빛이 당신에게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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